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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의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이 만든 일반 상대성이론에는 중력파라는 개념이 등장한다. 아인슈타인이 100여 년 전 예측하여 세상에 발표한, 제대로 이해하기도 어려운 이 개념을 현대 과학자들은 실제로 증명해냈다. 오늘은 중력파의 개념과 아인슈타인은 이 중력파의 존재를 어떻게 예측하게 되었는지, 또 현대 과학자들은 중력파를 어떻게 실제로 증명해냈는지에 대해 알아보겠다.
중력파의 개념
중력파는 질량을 가진 어떤 물체가 운동하거나 중력에 의해 변동하면서 발생된 에너지가 공간에 진동을 발생시키는 것을 말한다. 즉, 시공간의 뒤틀림이 파동의 형태로 나타난다는 개념이다. 시공간의 뒤틀림이라고 하니 매우 강력한 결과를 낳는 현상이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중력파는 사실 측정하기 힘들 정도로 작은 현상이다. 그리고 현재 인간에게 있어 중력파는 인간이 가늠하기조차 힘들 정도로 먼 곳에서 매우 긴 시간에 걸쳐 지구에 도착한 현상이기에 훨씬 더 작고 미세하여 이론적인 가능성이 제기된 시점으로부터 100년이 지나면서 기술이 발전한 후에야 측정할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쌍성계에 강력한 변화가 생겼을 때 측정 가능할 정도의 중력파가 발생한다. 인간이 관측한 중력파는 중성자별, 블랙홀과 같이 매우 질량이 큰 두 별이 서로의 중력에 작용하여 회전하다가 충돌하면서 발생한 중력파였으므로 일상생활에서 이 개념을 찾아볼 수도, 쉽게 적용할 수도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나 작고 무의미해 보이는 중력파라는 파장의 존재는 어떻게 예측되었을까?
중력파 존재의 예측
중력파가 존재할 가능성이 처음 대두된 것은 1916년으로, 아인슈타인의 논문 '중력장 방정식의 근사적인 통합'을 통해 아인슈타인이 처음으로 중력파의 이론을 제시하였다. 이 이론에 따르려면 우선 아인슈타인이 정의한 중력과 시공간을 알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알고 있었던 중력은 뉴턴의 중력 이론으로, 질량을 가진 물체가 서로를 끌어당기는 인력으로 설명하였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은 중력을 질량을 가진 물체가 시공간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정의했다. 뉴턴의 중력 이론에 따르면 빛은 질량을 가지지 않으므로 중력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아야 하는데, 빛이 우주에서 중력에 의해 휘게 된다면 질량을 가진 물체가 시공간에 영향을 준다는 아인슈타인의 중력 이론이 증명되고, 시공간의 존재가 밝혀지게 된다. 그리고 1919년 5월, 영국 천문학자인 아서 스탠리 에딩턴이 아프리카 근처의 섬에 개기일식을 관찰하다가 우주에서의 빛이 휘는 것을 발견하게 되어 아인슈타인의 중력 이론을 증명했다. 아인슈타인은 이러한 중력 이론을 바탕으로 우주 전반에 시공간이 포장용 랩을 길게 늘어뜨려 놓은 것처럼 존재하며, 블랙홀끼리 충돌하는 등 엄청난 질량을 가진 물체 사이에 강력한 운동이 발생되면 시공간이 출렁이면서 매우 강한 중력파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한 것이다. 그렇다면 100년도 더 지난 과거에 예측되었던 아인슈타인의 중력파가 현재 증명되었을까?
중력파의 증명
아인슈타인의 중력파를 입증하기 위해 메릴랜드 대학의 조제프 웨버 박사는 웨버 막대라는 장치를 개발하였다. 아인슈타인의 예측대로 시공간의 뒤틀림이 발생한다면 이 장치의 막대기에 영향을 줄 것이고, 막대 안의 분자들이 진동하면 내부의 압력이 변화할 것이라는 가정으로 실험을 진행한다. 1969년에 중력파의 존재가 검출된 것 같은 결과가 나오긴 하였으나, 실험에 대해 많은 과학자들이 정밀도를 의심하였고, 1974년에 웨버 막대 실험은 철저한 검증을 거치면서 결국 실패하게 되었다. 그리고 1960년대 후반, 미국 물리학자인 MIT의 라이너 바이스 교수는 빛을 이용한 중력파 검출 아이디어를 떠올렸고, 1974년 아레시보 천문대에서 천체 물리학자 조지프 테일러는 쌍성계가 점점 가까워지는 것을 관측하면서 중력파의 존재를 간접적으로 증명하게 되었다. 두 별 사이의 작용에 의해 중력파가 발생하였다면 두 별은 이론상 방출한 만큼의 에너지를 잃고 이에 따라 특정 비율로 공전 궤도가 감소해야 하는데, 이 감소한 공전 궤도를 관측해 내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후 1992년, 중력파 관측 시설인 라이고(레이저 간섭계 중력파 관측소)가 만들어졌다. 만들어진 후 처음 약 20년 동안은 아무런 성과가 없었으나, 계속 기술을 발전시켜 2015년 9월 14일에 중력파가 최초로 검출되었다. 이 관측소는 각 4km 길이의 터널이 'ㄱ'자 모양을 형성하고 있으며, 중앙에서 레이저를 발사하여 꼭짓점에서 절반은 통과되고 나머지는 반사되어 터널을 지나가도록 설계되었다. 터널의 끝에 설치된 거울을 통해 레이저가 반사되어 다시 꼭짓점에 도달하게 되며, 두 빛은 꼭짓점에 있는 검출기에 도달하여 정확히 상쇄돼 사라진다. 이 관측소에 중력파가 통과하게 된다면 시공간의 미세한 균열이 발생하게 되며, 이를 통해 중력파를 관측할 수 있게 된다. 라이고 관측소는 핸퍼드와 리빙스턴, 각 두 지역에 하나씩 설치하였고, 중력파가 도달한 시간을 측정하여 중력파가 어느 방향에서 왔는지를 알 수 있도록 하였다. 라이고에서 2015년 9월 14일에 관측된 중력파를 분석한 결과, 이는 약 13억 년 전 두 개의 블랙홀이 충돌하여 발생된 것이었다. 하나는 태양 질량의 36배, 다른 하나는 태양 질량의 29배이고 이 두 블랙홀이 충돌하여 합쳐지면서 태양 질량보다 62배 더 큰 블랙홀이 만들어졌으며, 사라진 태양 3배만큼의 질량은 중력파의 형태로 0.1초 만에 퍼졌다. 또 리빙스턴의 관측소가 핸퍼드 관측소보다 0.007초 정도 먼저 중력파를 관측했기 때문에 이 중력파는 정확히 빛의 속도로 남반구의 마젤란은하 방향에서 왔다는 것까지 추측할 수 있었다. 이후 웨버 막대 실험 때처럼 철저한 검증을 마친 후 2016년 2월, 중력파의 발견이 발표되면서 약 100년 전 아인슈타인이 내놓은 예측이 옳았다는 것을 인류가 알게 되었다.